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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레코드 Billboard Records

2007.12.05.Wed.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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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찬동 | 2007 | 80min | DV | Color | Documentary

<시놉시스>
내(감독) 고향 전남 순천에 학창시절부터 다니던 ‘빌보드레코드’라는 음반가게가 있었다. 3년 전 문을 닫았지만 세가 나가지 않아 외관 그대로 아직 남겨져 있다. 고향집을 오가는 동안 그곳을 바라볼 때마다 그곳에서 구입했던 음반들과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라디오와 음반을 통해 음악을 듣던 문화가 MP3나 온라인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변해버린 지금,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음악과 함께 살아가고 있을까.

<연출의도>
 지금도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우리는 그 변화 속도에 적응해야만 뒤쳐지지 않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무언가를 빨리 취하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생활은 편리해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제대로 곱씹어볼 여유는 없어졌기에 삶을 사는데 중요한 의미들은 하나 둘씩 간과되거나 망각되고 있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이다. 온라인을 통해 무형의 파일을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고부터, 혼자서 그것들을 즐기다가 지겨워지면 버리고 금세 또 다른 것을 취할 따름이다. 사람 몇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을 주고받던 풍경도 불과 몇 년 사이에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동시에 사람들은 공동체 문화가 점점 부족해지고 있음을 걱정하고 아쉬워한다. 따지고 보면 음반 산업의 불황과 함께 사라진 수많은 레코드 가게들이 바로 이런 공동체 문화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는 사실을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빌보드 레코드>를 만들면서 음악과 음반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을 통해 또 새로운 음악과 음반을 만날 수 있었던 레코드가게라는 공간을 담아내고 싶었다.
아울러 무대 위에서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뮤지션이 주인공인 영화들과는 다르게 단지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기도 했다. 좋은 음악은 단지 뮤지션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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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큐필

    | 2007/12/11 13:49 | PERMALINK | EDIT | REPLY |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


    - <빌보드 레코드>(배찬동, 2007)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은 내 블로그의 모토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이 사라져가고 있다. 마모든, 실종이든, 이별이든, 망각이든, 죽음이든, 그것들이 사라져가는 사태는 막을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 나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정말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언젠가는 다 사라져갈 운명에 처한 존재들이다. 우리들이 보이지 않는 관계들을 맺고 있는 터전인 이 블로그라는 공간도 영원한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사라질 것이다. 우리에게 남는 것은 다만 그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뿐이다. 이 그리움 때문에 결국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다.
    레코드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내게도 아직 턴테이블이 남아 있고, 거기에 얹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아날로그 기록 매체 레코드판이 다수 남아 있다. CD로 듣는 베토벤의 교향곡과 레코드판으로 듣는 베토벤의 교향곡은, 똑같은 지휘자에 똑같은 오케스트라에 똑같은 최초 녹음 연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아니 전혀 다르다.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가 없다. 레코드판으로 듣는 푸르트벵글러와 CD로 듣는 푸르트벵글러는 똑같은 모노 녹음임에도 어찌 이토록 느낌이 다른가. 카잘스의 첼로 음색도, 메뉴인의 바이올린 음색도, 호로비츠의 피아노 음색도, 심지어 카라얀의 베를린 필조차도 어찌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카인드 오브 블루’는 또 어떤가.
    다르다는 것은 중요하다. 다르기 때문에 보존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 다른 느낌, 그 다른 감흥을 어찌 내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요컨대 나는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턴테이블과 레코드판들을 버릴 생각이 추호도 없다. 버리는 순간 나는 그것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하염없이 시달리다 몸져눕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완전히 사라져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끔찍하다.
    이 다큐는 그 엉성한 촬영과 약간은 요령부득의 이어붙이기와 개념 없는 조명과 맥 빠진 인터뷰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관심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빌보드 레코드라는 이 ‘촌스러운(!)’ 공간이 자아내는 향수는 무지하게 자극적이다. 감독이 그것을 자극적으로 보이게 찍어서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자극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곳은 이제 명백히 사라져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이 사라져가는 사태를 막을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공간을 더 이상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그리워하는 것뿐이다.
    바로 이 그리움을 이 다큐는 시종일관 자극한다. 그리고 이 그리움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나는 이 다큐를 보면서 나처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똑같이 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위로를 받는다. 바로 이 위로가 이 다큐의 목적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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